본문으로 바로가기

여름방학, 선풍기가 부른 자취방의 화재

친구와의 우정

 

필자는 7년 전 한국에서 대학교를 1년간 다닌 적이 있다. 그 당시 학교 주변에서 어렵게 구한 자취방은 그야말로 가장 편안한 안식처였다. 길쭉한 단칸방으로 입식부엌이 하나 있었으며 부엌 옆으로 자그마한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화장실은 문 밖으로 나가면 재래식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였다. 이런 자취환경이 보증금 100에 월 10만원이니 대략 만족할 만한 시설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잘 사용하던 자취방을 방학기간 동안 비워두게 되었다. 그 이유는 울산에 살던 필자가 부산이라는 곳에서 자취를 했으니 방학 때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방학을 마치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주변 친구들에게 내가 돌아왔다!!!’라고 메시지 또한 남겨두었다.

 

돌아온 자취방은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고 실제로 벽지에는 푸르스름한 곰팡이 자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걸레로 닦고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이 냄새들, 필자는 결국 선풍기를 틀어놓고 곰팡이제거제와 방향제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던 중 동내 오락실에 들러 오락도 한 판 하고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 찰나!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 니 어디고!!”

 

? 집에가는 중인데 와?”

 

너그집 불났다!!”

불 났다는 소리를 듣자 머릿속이 텅 빈 체로 잠시 공상에 빠졌다. 몇 십 초가 지난 후 정신차린 필자는 급하게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 괜찮나?”

친구의 얼굴과 옷은 검게 그을려 엉망이었다.

 

~~ 살아있었네!!”

그렇다. 그 친구는 필자가 방안에서 질식한 것으로 생각하고, 불이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 발로 땅을 밟으며 ‘A4~~’ 라고 외쳐댔던 것이다.

 

방 안은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불은 이미 소화된 상태였다. 당장 처리할 방법이 없어 게임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울산 친구들에게 연락해 다음날 자취방으로 와 같이 정리하도록 도움을 청했다.

 

전화 중 충격적이었던 것은 필자랑 같이 자취하는 한 친구의 반응이었다.

 

야 우리 자취방에 불났다!”

 

뭐라노! 장난하지 마라!”

 

진짜다! 내일 애들 와서 같이 정리하기로 했다!”

 

! 내 옷 괜찮나??”

 

당시 7명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친구들의 반응은 다들 똑같이 다친데 없나?”지만 이 친구만 자신의 옷 상태부터 파악하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BF이기에 웃으며 넘어갔다. 그런 그 친구 최근에는 연락이 없다!

 

소방서에서 자취방의 화재원인을 조사하였고 결과 선풍기과열로 인한 화재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긴 장마로 오래 비워둔 자취방에 곰팡이들이 파티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당황하지 말고 몇 가지 사항만 지키면 된다.

 

1. 가전제품을 켠 상태로 방을 비우지 말라.

2. 보일러를 가동시켜라.

3.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라.

4. 방향제는 미리 사서 가라.

 

이렇게만 한다면 필자와 같은 화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북경A4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