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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무실에서 보내는 가슴아픈 설날

(사장님 나빠요~~)

 

아버지, 어머니, 형님들 동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친척들, 친구들, 그리고 저를 기억해 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필자는 중국에 온지 3년차되는 유학생이다. 작년부터 2008베이징 올림픽의 시작으로 귀국하지 못했고, 한국 땅이 조금씩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기 길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렇게 2009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2009년의 새해는 한국에서 보내려고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던 과정 한국의 어떤 조선소에서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일전에 조선소에서 일한 경력도 있어서 중국 대련 STX에서 블록 평판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며 준비작업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 사장님과의 친분도 있고 부탁을 하셔서 중국 대련의 장흥도(长兴岛)라는 섬으로 떠나게 되었다.

 

장흥도는 중국 대련의 개발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내에서도 대략 2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장흥도는 중국에서 5번째로 큰 섬이며, 2008년 부터 시작해서 중국정부에서 중국 조선 사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최근 급성장을 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한국도 못가고 설을 중국의 한 외로운 섬에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125일 아침 중국 대련의 시내로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현장 사장님께서 제공해 주신 조건은 정말이지 한숨만 나왔다. 설 기간동안 사무용품을 구입해 놓겠다며, 인민폐 2000위안과 설을 보낼 생활비를 마련해 달라고 하였으나, 사무실에 도착한 후 발견한 돈은 그저 2000위안, 사무용품을 사고 남은 돈으로 설을 보내라는 것이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특별한 보너스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에 불러놓은 직원을 이렇게 가슴아픈 설을 보내게 하는 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된다.


p.s 조금의 설을 보낼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필자의 말에 사장님은 '중국애들도 1위안짜리 먹으며 지내는 데 그렇게 해!!' 라고 하신다. 농담 같았지만 정말 가슴아프다.
 

밤새 터지는 폭죽소리와 사무실 쇼파에 누워 설을 보내는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그래도 아무런 불만없이 설 후에 해야할 일들을 지금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나의 모습 역시 너무 불만스럽다. 도대체 뭘 위해서 일까?

 

만약 사장님이 저의 글을 보신다면, 혹시 가족과 함께 따뜻한 설날을 보내고 계신다면, 저에게 적어도 전화한통 주셔서 고생한다.’ ‘미안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한마디만 더 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블로거 or 네티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랜만에 배부른 소리 한번 해 봤습니다. 저보다 더 어렵게 설을 보내시는 분들에겐 정말 죄송합니다. 새해에는 모든일이 순조롭게 풀려나갔으면 합니다. – 북경A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