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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을 다니다 보면 바닥과 벽의 곳곳에 이상한 전화번호를 펜으로 적거나 페인트로 그리거나 스티커로 붙여놓은 광고들이 많이 보입니다. 볼 때마다 너무 지저분하고 벽과 바닥에 낙서를 해 놓은 기분이 들어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광고들입니다. 매일 처리하고 있지만 어디서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는지 지우면 금방 또 생기는 광고들이기도 합니다.

 

광고를 지우는 사람들

아침에 집을 나서면 허름한 복장을 입고 바닥과 공공 시설물에 새겨놓은 광고를 지우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스티커를 붙여놓은 광고들은 물을 뿌려 껌 제거하는 도구로 문지르고, 페인트로 그려놓은 광고들은 짖은 회색의 페인트로 광고를 지우기도 합니다. 종이를 벽에 붙여놓은 광고들은 그냥 뜯어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남은 흔적들도 도시의 미관상 썩 좋지는 않습니다.

▲ 현수막 밑에 대충 지워놓은 광고

  

광고를 새기는 사람들

아직까지 바닥에 광고를 새기는 사람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보통 새벽 3~4시경 인적이 가장 드문 시간을 이용해 바닥과 벽에 광고를 세긴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지저분한 광고들이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것들인데 너무 많아서 엄두를 못 내는 것인지 북경에서 생활한 5년 동안 매일 보아왔던 광고들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이게 지저분한 것인지 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지만 중국에 처음 온 사람들은 저게 무슨 번호야?”, “왜 바닥에 저렇게 낙서가 되어있어?” 등등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빨간색 노란색 알록달록 하게..

 

▲ 불법위조를 알리는 말이 새겨져 있다.

 

▲ 스티커 광고(도장, 증서, 영수증 위조~)

 

▲ 사람이 다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홍반찬~

 

이 수 많은 광고들은 무슨 광고?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통해서 중국의 신분증, 성적증명서, 학위 등의 증서의 위조에 대한 심각성을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바닥에 지저분하게 새겨진 광고들은 90%이상이 이런 증서위조와 관련된 광고들입니다. 전화번호 앞에 새겨진 办证이라는 단어도 증서를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대학교 다닐 때 한 친구가 HSK(한어수평고시)증서를 위조하기 위해 이 사람들을 찾았고 같은 원본과 100% 똑같고 숫자만 수정한 것으로 약 500위안(한화 약 87천원)을 주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격증 번호를 조회해 보면 위조 사실이 발각되지만 보통 수 많은 사람들을 다 조사해 보지는 않기 때문에 위조된 증서를 가지고 관련된 곳에 제출해도 큰 문제없이 통과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잡을 수 있을 텐데

뭐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관할 경찰들과 연계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온 전화번호를 통해 중간 거래자를 잡는 방법으로 처리만 해도 이렇게 마음 놓고 바닥과 벽에 낙서를 하는 식으로 광고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에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겠지만 관광차원으로 방문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북경이라는 도시를 낙서된 도시로 인식될까 우려됩니다.

 

북경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북경이 양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필자가 2년 전 내몽고를 방문했을 때, 허름한 아파트 벽에다가 대형으로 이런 류의 광고를 페인트로 새겨놓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 큰 도시에서는 바닥에 광고를 하고 작은 도시에는 좀 더 크게 새겨놓는 것 같습니다. 짝퉁 오명을 벗겠다는 중국은 이런 위조의 오명도 같이 벗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고 돈을 싸그리 모아놓고 있지만 정작 선진국의 가장 중요한 지덕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식하고 힘센 호랑이 보다는 영리하고 민첩한 토끼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북경A4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