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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으로 웃어른과 술을 마셔본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소주 반 병을 마신 것입니다. 물론 어릴 때부터 TV를 통해 어른들과 술을 마실 때는 고개를 돌려 마시고 상당히 신중해야 하지만 정신만 멀쩡히 차린다면 어른들과 술자리를 가져도 큰 불편함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웃어른과 술자리, 담배 때문에 고생

당시 담배를 피우던 저는 어른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가장 불편했던 점이 바로 웃어른과 맞담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담배를 피울 때는 항상 자리를 피해 화장실이나 현관 밖으로 나가 몰래 피곤 했는데요. 고등학생도 아니고 다 커서까지 몰래 담배를 피워야 하는 현실이 비참하기도 하였습니다. 서로 담배를 피우는 입장에서 왜 젊은 사람은 이렇게 자리를 피해서 담배를 피워야 하는 건가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한국의 흡연문화

한민족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광해군 때 일본에서 건너온 기호품으로 한반도로 건너온 지 몇 년 만에 전국으로 퍼져 많은 사람들이 즐겼다고 합니다. 담배는 남쪽에서 건너왔다고 해서 남초라고 불렸으며 당시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돈만 있으면 누구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습니다.

 

정조 때 실학자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의하면 비천한 자는 존귀한 분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고 하였다 합니다. 이 외에도 조정관료들이 거리에 나갈 때 담배를 피우는 자가 있으면 잡아들여 죄를 물었다고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담배는 점점 사회질서에 따라 담배를 피우는 흡연문화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담배가 도입되었던 16세가 말부터는 사회질서가 강화되면서 상놈이 양반 앞에서, 아이가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흡연문화가 점점 형성되기 시작하였는데요. 이러한 문화가 사회적 권위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의식이 뿌리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300년이 지난 지금도 웃어른과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흡연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음주문화와 흡연문화는?

중국은 술은 마시면 취해서 실수를 할 수 있는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웃어른과 함께 마실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담배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기호품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웃어른과 함께 맞담배를 피워도 전해 예의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강을 해치는 품목들이라 중국도 청소년들은 술, 담배를 판매하거나 이용할 수 없도록 지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와 1년쯤 지났을 때 처음으로 어른(중국인)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술자리로 이어졌고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는 저의 모습을 보고는 왜 한국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냐?”라고 물어왔습니다. 저는한국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예의상 이렇게 어른 앞에서는 고개를 돌려 마신다.”고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는 중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몇 번 피해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화장실을 가던 어른에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담배를 다 피우고 다시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 분은 저에게 담배를 왜 밖에서 피우냐?”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왔습니다. 저는젊은이가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건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밖에서 피우고 돌아왔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저에게 담배가 뭐 대단한 거라고 어른 앞에서 못 피우게 하는지 모르겠다. 중국은 술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른과 함께할 수 없지만 담배는 상관없다.”며 중국의 술, 흡연문화에 대해서 알려주었습니다.

 

담배는 끊었어도 한국문화는 끊기 힘들다.

5년간 중국생활을 하면서 한국문화 때문에 어색한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손을 흔들며 인사해 오는 친구 아버님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는 저의 모습, 중국인들과 술을 마실 때도 고개를 돌려 마시고 있는 저의 모습 등 많은 부분에서 어색함을 느끼지만 오랜시간 동안 너무 자연스럽게 배워온 것들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한 번은 친해진 중국 어른과의 만남에서 손을 흔들며 저를 반기는 모습을 보고 한 손으로 손을 흔들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보인적도 있습니다. 아마 반평생을 중국에서 살아도 한국에서 20~30년 배워온 한국문화는 평생 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한 외국친구가 한국여행을 하다가 어설픈 한국말로 어른에게 라이터 좀 빌려주시겠어요?”라고 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어른들에게 중국 애들은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예의 없는 놈들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문화라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것이 아닐까요^^